분류 전체보기304 20250709 수 [미안해] 우주는 밥상을 엎었다.밥그릇, 국그릇에 담긴 음식들을 반찬 접시로 쏟아 붙더니 이윽고 접시를 뒤집어 식탁에 엎어버렸다. ”음식으로 장난치면 안된다고 했지! 음식이 우주 장난감이야?” 우주는 혼내는걸 알아챘는지 머쓱한 표정을 지으며 '응, 장난감이야.'라고 답했다. 나는 순간 벙쪄서 웃어버리려는 걸 억지로 참고 이어서 혼냈다. ”음식은 장난감 아니야. 음식으로 장난치면 안 돼. 밥 안 먹으면 수박도 없고 까까도 없어!” 조금은 크고 단호한 목소리로 우주를 혼냈다. 음식 범벅이 된 옷을 벗기고 몸을 닦아 아기의자에서 내려버렸다. 우주는 울먹거리며 '잘꺼야.' 삐져서 침대방으로 들어갔다. 나는 아내와 눈을 마주치고 소리 죽여 웃었다. 우주는 몇 초 지나지 않아 베개를 들고 나왔고, 아내 자리 근처에 자리를 잡.. 2025. 7. 10. 20250703 목 [육아 근황] 06/29외할머니와 엄마가 우주 앞에서 영상통화를 한다.외할머니는 우주에게 말씀하신다.할머니가 우주 과일 사다줄게~엄마는 과일 무거우니까 사오지마 대답한다.우주는 이야기한다.빵은 안 무거워.빵은 무겁지 않으니 빵을 사오란다.06/30우주는 장난감 카트를 끌고 장보러 가는 시늉을 한다.아무것도 없는 베란다 창문에서 손으로 입으로 바나나 따먹는 시늉을 한다.할머니도 줘, 아빠도 줘 하는 요구에투명한 바나나 꼭지를 쥐고 다가온다.할머니와 나는 열심히 먹는 시늉을 한다.07/01하루는 손 잡지 않고 열걸음을 걸었다.하지만 기는게 더 빠르고걷는건 좀 무섭다.엄마가 아이들 주려고 빵을 만들었다.우주는 먹어보지도 않고맛이 없어, 맛이 없어, 엄마가 머거 를 반복한다.모든 행동과 말들이 사랑스럽다.07/02하루의 윗니.. 2025. 7. 3. 20250703 목 [1/2] 밤이 깊어도 후덥지근한 날씨가 계속된다. 샤워를 해도 얼마 가지 않아 몸이 끈적거린다. 어느덧 7월이 되었다. 올해가 어떻게 흘러갔는지 가늠해 본다. 말이 유창해진 우주와 걷기 시작한 하루, 우울을 지나 제법 담담해진 내 모습이 보인다. 일들은 대게 그렇게 시간이 흐르다가 덩달아 흘러버린다. 곤혹스럽다. 곤혹스럽다가도 안도감이 든다. 반년을 또 별 탈 없이 지나왔구나. 요즘은 강의가 좀 늘었다. 바빠지니 하고 싶은 일도 계속 생긴다. 생각만 하고 잡지 못하는 일들도 많아진다. 마음은 조급하다. 행동은 근래의 습도처럼 축 쳐져있다. 통장을 보면 한숨이 나오지만 그래도 마주해야지 어영부영 돈관리를 한다. 나는 위안을 주사하는 강의를 하고 다니는데, 나는 정말 괜찮은 건가. 이런 생각들도 틈이 날 때나 잠시... 2025. 7. 3. 20250621 토 [전성기] 평택 수업을 마치고 하남으로 이동하는 차안에서 그런 생각이 들었다.어쩌면 내 인생에 전성기가 오지 않을지도 모르겠다고.다만 내 인생을 돌이켜보았을 때무언가에 미쳐있던 지점이 몇 개 있다는게나의 마음을 넉넉하게 만들어준다는 걸 떠올렸다.그리고 또 다시몰입하고 싶은 무언가가 생겼다는게낭만적으로 다가왔다. 2025. 6. 21. 20250612 목 [지금 우리는] 전시장에 구석에 테이블 하나를 펼쳐 놓았다. 작업 도구들과 빈 엽서를 꺼내 놓고 손님이 오길 기다린다. 손님이 없는 시간에는 노트북을 펼쳐 일기를 끄적인다. 한동안 일기 쓸 시간과 체력을 마련해두지 못했다. 잊혀지면 아쉬울 것만 같은 순간들은 다행히 카카오톡 나와에 채팅에 끄적여놓았다. 그 작은 기억의 조각들을 단서로 지나간 시간의 퍼즐을 맞춘다. 그렇게 기억은 단어가 되고, 줄글이 되고, 문장이 된다. 미루고 미루었던 잠깐의 순간이 영원한 글로 탄생하는 순간이다. 대단한 시작도 없이 주머니를 뒤지듯 주섬주섬. 화요일에는 전시 설치가 있었다. 익숙한 얼굴의 작가님들과 오랜만에 모여 인사를 나누었다. 작품을 가지고 나와 위치를 잡고 작품을 걸고 조명을 배치한다. 내 작품을 옮길 땐 가벼운 마음이지만, 다른.. 2025. 6. 12. 20250612 목 [휘발성 순간] 어제는 종일 강의를 했다. 오전엔 작업실에서 공모전을 준비하는 수강생 두 분과 대형 작품 만드는 수업을 했다. 이제 제출이 임박한 시기라 시간은 쫓기는데 실질적인 연습을 얼마 하지 못해서 초조한 마음으로 수업을 시작했다. 큰 사이즈의 작업을 하는 수강생분은 바닥에 화선지를 깔아 두고 작품을 만들었고, 비교적 작은 사이즈의 작업을 하시는 수강생분은 책상 위에서 글씨를 적었다. 같은 문구를 여러 번 적어다나 가며 도안을 수정하고 글씨를 다듬는 일을 반복하다 보니 수강생들의 작품이 눈에 띄게 좋아지는 것을 느꼈다. 내 초조함은 욕심으로 바뀌었고, 다음 주에 수업을 한 번 더 당겨서 진행하고 공모전에 제출하는 게 어떠냐 제안을 드렸다. 오후엔 청년센터에 강의를 하러 나갔다. 캘리그라피와 독립출판에 대해 복합적으.. 2025. 6. 12. 이전 1 2 3 4 ··· 51 다음